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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로 말할 것 같으면…

On June 23, 2006

돌이켜보면 꽤 오랜 기간 잡지 편집을 하면서도 이웃집 잡지명의 뜻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 보지 않았음이다. 뭐, 이 같은 경향은 사물뿐 아니라 사람의 이름에 대한 의미조차 별로 궁금해하지 않고 살아온 나의 개인적 습속에 기인한 것이긴 하다. <br><br> [2006년 7월호]

남들이 들으면 태몽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오늘 새벽에 나는 발에 로켓-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태권브이의 발바닥에 있던 분사구 비슷한-이 달린 용이 되었다. 물론 꿈속에서다. 머리에 뿔이 달리고 몸통이 뱀과 같으며 비늘이 있고 날카로운 발톱이 있는 신령의 상징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천자와 제왕의 권위를 휘날리며 여의주를 품고 운무를 헤치고 다닌 기억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용이 되었다. 꿈에서 나는 확실히 그렇게 느꼈으며 연못이 아닌 도로의 한복판으로부터 솟아올랐고 굉음과 함께 아스팔트를 조각내고 하늘 위로 수직상승했다. 그 속도감이란 것이 자이로드롭이나 롤러코스터(내가 체감했던 공포성 최고속 기준은 이 정도다)에 비할 바 아니어서 토악질이 다나올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게 히트다. 하늘에 떠서 온몸을 꿈틀대며 내가(아니 용이) 본 것은 다름 아닌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였다는 거다. 웬 코미디냐고? 그러게 말이다. 스케일이 크다 못해 작위적이기 그지없는 이 꿈에서 깨어 용의 탈을 벗고 생각하니 본 영상물에 편집된 비주얼들은 모두 전날 낮에 보았던 아레나 7월호의 편집 내용이었다. 제작자로서 확신하건데, 참으로 개꿈임이 틀림없다. 데이터베이스는 김현태 기자가 마감 목전에 독일에서 공수해온 뮌헨 스케치 칼럼 속의 알리안츠 아레나 사진과 김영진 기자의 칼럼 ‘괴수계보’에 등장한 각종 괴수들의 위엄 넘치는 포즈. 어찌됐건 나는 독일 창공에서 월드컵 경기를 본 최초의 글로벌한 용이 된 거다. 그것도 ‘알리안츠 ARENA’를 통해. 꿈에서도 오매불망 이 경기장을그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아레나’라는 짧은 단어 때문이다. 나와 나의 기자들이 만드는 책의 제호와 같다는 이유만으로 ‘친구야, 반갑다’를 절절히 외치는 중인 것이다.
이 정도에서 <아레나>의 의미를 묻는 독자들과 관련 업계 종사자 여러분에게 고한다. 이 질문은 본 잡지의 심오한 골수나 찬란한 미래, 근본 명제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저 ‘ARENA’라는 단어, 그 다섯 개 알파벳 조합이 갖는 표면적 의미에 관한 것이다. <아레나 코리아> 창간 이후 다섯호를 편집하면서 매달 그 누군가에게 촘촘히 받아오던 조건반사성 질문.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달부터는 그 같은 물음표 공세를 시원스럽게 피해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생긴다. 월드컵 기간 내내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가 대한민국 땅 구석구석에 중계가 되면서 ‘ARENA’라는 휘황찬란한 단어가 연일연시 당신과 내 동공에 속속 들어와 박혔으니 말이다.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더(정말 마지막이다) 설명하자면 ‘아레나’는 경기장을 의미함이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남성지의 제호로는 그만인 근사한 제호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지금 대한민국 남성 패션지를 대표하는 11명의 빛나는 선수들이 <아레나 코리아>라는 경기장 안에서 치열한 게임을 펼치고 있다, 그들은 트렌드라는 볼을 차며 매호마다 당신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칼럼과 아름다운 비주얼로 점철된 경기장면을 제공한다. 전통이 아닌 ‘진취’가 게임의 법칙이다.   


P.S 돌이켜보면 꽤 오랜 기간 잡지 편집을 하면서도 이웃집 잡지명의 뜻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 보지 않았음이다. 뭐, 이 같은 경향은 사물뿐 아니라 사람의 이름에 대한 의미조차 별로 궁금해하지 않고 살아온 나의 개인적 습속에 기인한 것이긴 하다.  좋은 생각, 행복이 가득한 집,... 이런 류의 순 한글 이름이야 존재 자체로 의미가 각인되지만 지큐 에스콰이어 바자 엘르 더블유 맥심... 뭐 이렇게 남의 나라 문자로 상징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탄생의 시점에서 다양한 각과 넓이와 높이를 가진 코의 형상을 보듯 그저 이미지 테이터로만 좌뇌를 파고들 뿐이다. 뭐 그렇다고 내가 순한글 사용을 부르짖는 류의 인간이라는 건 아니다. 오히려 타이포의 형상만으로로 받아들였던 단어들의 본뜻을 아는 순간, 심장이 저리고 대정맥이 불끈거리는 그 감흥의 찰라를 즐기는 편이라고 봐야 하겠다. 그대도 나와 같다면, 궁금한 잡지 제호에 대한 질문지를 보내도 좋다. 이제 나는 웬만한 건 다 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잡지 만든 것이 직업인 사람 아닌가, 내가. 사실, 이름만으로 그 속내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잡지만한 게 없다.

 

돌이켜보면 꽤 오랜 기간 잡지 편집을 하면서도 이웃집 잡지명의 뜻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 보지 않았음이다. 뭐, 이 같은 경향은 사물뿐 아니라 사람의 이름에 대한 의미조차 별로 궁금해하지 않고 살아온 나의 개인적 습속에 기인한 것이긴 하다. <br><br> [200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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