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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의 고민

예쁘고 가녀린 여자는 무슨 고민을 할까?

UpdatedOn August 22, 2013

넉넉한 흰색 티셔츠는 스테판 슈나이더 앳 쿤위드어뷰, 타투 스타킹은 삭스탑 제품.

특이하신 것 같아요.

저요?
네. 모자도 독특하고. 저 특이한 사람 좋아요.

그럼 소개팅을 갔다고 가정하고 저랑 <금 나와라 뚝딱>에서 남편 역을 하고 있는 박서준 씨가 나왔어요. 둘 중에 누굴 택하겠어요?
의리 있게, 남편이죠.

제가 애프터 신청을 했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러면… 그래도 옆에 있는 분을 찔러볼 거 같아요. 하하. 농담이고요, 저는 다가오는 사람을 더 좋아해요.

거울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예쁘다?
아니요. 이것은 기사로 쓰면 욕먹을 텐데 저는 만날 아, 못생겼다, 이러면서 봐요. 시대의 흐름을 잘 타서 배우를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렇지 않았으면 못하지 않았을까요, 제 얼굴로는.

욕 좀 드셔야겠어요.
그런데요, 예쁜 분들이 정말 많잖아요. 길을 다니다 보면 다 예쁘세요. 그래서 아, 나는 평범하구나, 이런 생각 많이 해요. 얼굴형이 예쁜 것도 아니고 오목조목 예쁜 것도 아니고.

그래도 요즘은 사람들이 알아보죠?
사실 어젯밤에 답답해서 엄마랑 파리바게트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저는 컴컴해서 아무도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쫓아오시더라고요. 남편이 “백진희 씨 좋아해서 그러는데 사인 한 장만 해 주세요” 이러셨어요.

그러면 좋아요?
인지도가 없을 때 꿈꿔왔던 일이니까.

<금 나와라 뚝딱>이 시청률이 꽤 나오던데요. 그런데 드라마가 너무 권위적이에요. ‘어른’이 좋아할 설정이 많더라고요. ‘몽현’ 역, 답답하지 않아요? 요즘 그런 여자가 어디 있어요. 확 박차고 나가버리지. 주말 드라마 쓰는 작가들 다 정신 차려야 돼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요즘 그런 캐릭터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몽현이가 완전하게 지고지순하지는 않아요.
할 말은 다 해요. 눈 동그랗게 뜨고. 물론 저도 연기하면서, 얘 너무 답답하게 사는 거 아니야? 생각하기도 해요. 캐릭터가 왔다 갔다 해요. 온순했다가 강했다가. 그래서 재미있나 봐요.

박서준 씨는 실제로 어떠냐고 주변에서 많이 물어보죠?
네. 마음에 들죠. 아무래도 파트너고 좋아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까 좋아질 수밖에 없어요. 호흡도 잘 맞아요. 대본 보면서 이건 어떻게 할까? 저건 어떻게 할까? 같이 얘기해요.

그 남자 분, 비호감이에요.
왜요?

잘생겨서요.
키도 크고. 심지어 연기도 잘해요. 최고의 남편감이에요. 아, 극중에서요.

백진희 하면 흔히 이렇게 말해요. “아, <하이킥>에 나왔던 애?” 그 발랄한 ‘애’가 당신의 이미지 같아요.
맞아, 맞아. 저 약간 콤플렉스가 있어요. 애처럼 보인다는 콤플렉스가 아니라 그 모습이 마치 진짜 저인 양, 제가 할 수 있는 연기의 전부인 양 보이는 게 싫은 거예요. <하이킥> 이후에 공백 기간이 있었는데 되게 힘들었어요. 그리고 <하이킥>에 출연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게 다인가? 다른 작품을 할 기회가 왔을 때 새로운 모습을 못 보여주면 어떡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되게 불안했고. 그런데 지금 <금 나와라 뚝딱>을 만나 연기하다 보니까 쓸데없는 염려였던 거 같아요. 하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로 고민을 해요. 다음 작품을 할 때 <금 나와라 뚝딱>의 몽현이 모습이 그대로 나오면 어쩌나….
어떤 작품을 하든 나이가 더 들어도 계속 불안해하면서 연기를 하지 않을까요?

다른 배우가 부러울 때도 있어요? 예를 들어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 나오는 여배우들이 갖고 있는 신비한 느낌 같은 거요.
사실 그래서 많이 봤어요. 정유미 언니 좋아하거든요. 정은채 언니가 나오는 영화도 다 봤어요. 공통적인 느낌이 있어요. 부럽죠. 그런데 저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캐릭터를 만나느냐에 따라 느낌을 낼 수 있을 거예요. 무작정 부러워하고만 있지는 않아요.

지금도 괜찮아요.
그래요? 내가 못 가진 거 남이 갖고 있으면 부러워요. 그러면서 제가 가진 걸 못 봐요.

흰색 튜브톱으로 연출한 오프 숄더 원피스는 앤디앤뎁 제품.

몸이 말라서 싫어요?
제 몸이 좋아요.

글래머 배우가 하도 많아서 물어본 거예요.
저는 의학의 힘을 빌리지 않는 한 글래머가 될 수 없어요. 말라서 여성성이 없다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제 몸이 좋지만 여배우로 사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면 슬퍼지죠.

아니, 그럴 필요 없어요. 왜냐면 다들 너무 특별해요. 키가 크거나 가슴이 크거나 섹시하거나.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다들 특별해지면 다들 비슷해지니까요.
맞아요. 그렇게 되면 좋겠다. 제가 평범하게 생겼잖아요. 그래서 어디다 갖다 놔도 어울려요. 그게 장점이에요.

평범하지는 않아요.
평범해요.

자료를 찾아보니까 영화를 꽤 찍었던데, 기억에 남는 게… 없더라고요. 조용히 찍고 조용히 없어져서요.
대부분 조용히 없어졌어요. 좋은 작품도 있는데.


낯빛이 우울하네요.
정말 소수의 분들만 보신 거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씁쓸해요. 열심히 했는데.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 아니라 작품에 대한 애정 때문에 씁쓸한 거예요.

반면에 최근엔 드라마의 힘을 확실히 느끼겠어요. 거의 주인공급이던데요. 그 비호감 남자 배우랑 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당신을 지켜내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기더라니까요.
식당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반찬을 많이 주세요. 잘 보고 있다고 말씀도 해주세요. 신기해요. 미투데이에 사진을 올리면 반응이 막 올라와요.

다른 작품에 대해선 이야기 나온 거 없어요?
저희 회사는 현재 작품 하고 있는 동안 다른 작품에 대해 이야기 안 해요.

진희 씨 정도 경력이면 신인이라고 하기는 애매하고 경험이 많다고 하기에도 어중간하고. 그 정도 연차의 배우에게 스트레스란 어떤 거예요?
답답해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데 왜 내색을 안 해요?
내색하면 안 되죠. 제가 힘이 빠지면 주변 사람들까지 다 힘 빠지는 걸 알기 때문에 전 항상 에너지 넘치는 것처럼 행동해요.
그러다가 집에 가서 혼자 있으면 굉장히 다운돼요. 예민하고 생각도 많고. 한 스텝, 한 스텝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나 말고 다른 배우들은 다 잘되는 거 같아요. 나만 왜 계속 여기에 있을까? 여기에서 내가 뭘 깨야 더 나아갈 수 있을까? 고민이 돼요.

포털 사이트에 많이 등장하는 배우들을 보면 부러워요?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그런데 저는 지금도 하나하나 해나가는 데 있어서 너무 많이 흔들리고 너무 많은 얘기를 듣고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요. 지금 저는 중심을 잘 잡아야 해요. 순식간에 무너져서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도 중심을 잘 잡아가는 분들이 대단해 보여요.

댓글도 봐요?
다 봐요.

좋은 게 많던데요?
그런데 사람이 참 이상해요. 나쁜 것만 보여요.

네이버에 연락하고 싶지 않아요? 연관 검색어가 좀….
그 질문 많이 받아요. 연관 검색어 지우고 싶지 않냐고. 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건 그냥 제가 했던 작품에 대한 연관 검색어일 뿐이잖아요.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저 깨끗한 여자예요. 하하. 개의치 않아요. 물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있지만 그때보다는 굳세진 것 같아요. 흔들리면서 깨닫는 게 있어요.

또래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혼자 너무 ‘노땅’ 같다고 느낄 때 있지 않아요?
그래요?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해요? 막 놀아요? 친구들이 저랑 만나면 반성을 하게 된대요. 열심히 안 사는 거 같고 생각 없이 사는 거 같다면서. 저는 친구들을 만나면 내가 너무 생각이 많나? 이러면서 돌아가요.

행복하게 사세요. 배우로서 말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요.
다른 배우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저한테는 일이 삶의 전부예요. 저 너무 피곤하게 사는 것 같죠? 저도 요즘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나를 너무 힘들게 하나? 이렇게 안 해도 되는데. 왜 이럴까? 근데 이게 제가 사는 방법인 거 같아요.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 받을 거예요. 저는 이렇게 사는 게 좋아요.

사람들이 이런 건 알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 있어요?
아, 있어요. 저는 다른 배우들이 인터뷰한 것도 다 봐요.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꽉 막혀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궁금해서요. 당연히 또래 여배우들이 인터뷰한 것도 봤는데, 다 힘든 시기인 거 같아요. 지금 애매해요. 성숙한 여자의 이미지도 아니고 고등학생 이미지도 아니고 뭔가… 그래서 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똑같이 힘들어하는 거 같아요. 힘내면 좋겠어요. 1990년생 여배우들 힘내, 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내가 뭐라고.

1년만 일찍 태어났으면 1980년대생 배우가 될 뻔했어요.
그렇죠, 심지어 저 ‘빠른’이에요. 2월에 태어났거든요.

EDITOR: 이우성
PHOTOGRAPHY: 안주영
STYLIST: 이진규
HAIR: 한결(파크뷰)
MAKE UP: 길경아(파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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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우성
Photography 안주영
Stylist 이진규
Hair 한결(파크뷰)
Make-up 길경아(파크뷰)

2013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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