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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혁을 소환하다

On June 27, 2013

매력적인 남자가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사람들은 죽어 없어진 캐릭터를 다시 보길 갈망했다. 부활했다. 최진혁의 힘이다.

◀ 검은색 턱시도 수트·보타이·핀턱 셔츠·커프링크스 모두 알프레드 던힐, 검은색 슬립온 아니마스코드, 검은색 스트랩 시계 브루노 쇤르 by 유로파인, 최진혁이 들고 있는 샴페인은 샴페인 드라피에 제품.

월드컵 예선 경기 중인데, 인터뷰 때문에 중계방송 못 보게 돼서 미안하다. 축구 좋아하나?
좋아하고말고. 연예인 팀에서 뛰고 있다.

정말? 포지션은?
윙어다. 내가 달리기만 빨라서.(웃음)

어쨌거나 축구 팬이라니 더욱 미안해진다.
솔직히 중계방송 못 보는 건 괜찮은데 인터뷰 끝나면 바로 <구가의 서> 방송하는 시간이라 좌불안석이다. 오늘 중요한 장면이 진짜 많다.

어떤 장면이길래?
오늘 악인 조관웅(이성재)과 20년 만에 부딪히는 장면이 방영된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나? 구월령이 재등장하는? 안 그래도 오늘 인터넷 뉴스에서 난리더라.
드라마 초반에 2회만 등장했는데도 구월령 캐릭터가 엄청난 사랑을 받아서 재등장이 결정되었다. 20년이 흘러 천년 악귀로 변해 다시 등장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라 다들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2006년에 KBS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으로 데뷔했다. 이제 데뷔 7년 차지만 작품을 많이 한 편은 아니니까 거의 신인에 가깝지 않나.
시쳇말로 ‘중고 신인’이지.(웃음)

‘수호령’ 같은, 세상에 없는 캐릭터를 구현하는 건 신인으로서 많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드라마를 보니 몰입력이 굉장하더라. 빈말 아니다.
사실 스스로도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여러 가지 방향에서 계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몰입하고 집중하는 것, 그래서 오롯이 그 인물이 되는 것. 담백하게.

그렇게 몰입했다가 컷 하면 좀 힘들지 않나?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오열하는 장면이 하나 있었는데 컷 수가 많아서 조금 힘들었다. 컷 했는데도 꺼이꺼이하고 계속 멈추지 못하고. 난 사실 풀 샷이나 안 보이는 샷을 찍을 때도 우는 척을 못한다. 진짜 울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장면을 저녁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찍었는데 분장 고치는 30분 빼고 밤새 울었다. 끝난 후 잠도 안 오고 다음 날 눈은 팅팅 부어서 가관이었지.(웃음)
그렇게 그냥 ‘척’을 못한다. 내가 시청자 입장에서 봐도 감정선이 중요한 장면에선, 특히 컷과 컷을 붙였을 때는 ‘척’한 게 다 보인다. 연기하는 사람이 몰입해야 보는 사람도 몰입할 수 있는 거다.

검은색 재킷·와인색 셔츠·흰색 라인이 가미된 톱 모두 프라다,
안경레트로 슈퍼 퓨처 by 모드팝 제품.

그래서 또 반대로 이거 끝나면 되게 밝은 캐릭터 하고 싶단 생각 안 드나? 다른 드라마 보면서 아, 저 역할은 욕심난다 이런 것도 있을 거고.
요즘은 없다. 구월령 역이 최고다.(웃음)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의도 많이 오지?
고정 같은 건 아니고, 게스트로 많이 부르는 것 같은데 모르겠다.

좋아하는 프로그램도 있나?
요즘 잘 못 본다.

<진짜 사나이>라든지, 같은 것도 재밌는데.
내년에 현역으로 군대 가기 때문에 <진짜 사나이>는 안 본다. 아직 보고 싶지 않다.(웃음) 는 가끔 봤다.

스스로 재치 있다고 생각하나?
나름?(웃음)

그런데 왜 그 재치를 살릴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 안 나가나?
<구가의 서> 촬영하고 있으니까.

진짜? 스케줄 때문에?
스케줄은 괜찮다. 그런 게 아니라 구월령은 굉장히 신비한 캐릭터인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의 사소한 사생활이나 현장 분위기 등에 대해 얘기하는 건 드라마와 극중 이미지를 만드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될 것 같단 판단이 들어서다. 드라마가 끝나야 출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성재 씨는 지금 <나 혼자 산다>에 나오고 있는데.
선배는 내공이 뛰어나시니까. <구가의 서>에서 눈 한 번 깜빡 안 하고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는 악역을 하다가 <나 혼자 산다>에서는 또 장난기 많은 동네 옆집 삼촌 같은 평소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게 사실 배우로서 쉬운 일이 아니다.

구월령 역에 너무 몰입해 있는 것 아닌가. 감독님이 좋아하시겠다.(웃음)
신우철 감독님이 너무 잘 찍어주시고 예뻐해주신다.(웃음)

인터뷰 때마다 선배 얘기 많이 하더라.
선배님들이 먼저 다가와서 편하게 대해주시는 편이라 항상 감사하다. 난 예의 지킨다고 말도 잘 못하고 어려워하는데 선배님들이 오히려 그런 어색함을 풀어주신다. 이성재 선배님이나 조성하 선배님이 특히 모두 기분 좋게 촬영할 수 있게끔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주신다. 후배로서는 그런 점도 존경스럽다.

◀감색 재킷 스타일 옴므, 패턴이 들어간 반바지 질 스튜어트 뉴욕, 줄무늬가 가미된 크림색 나이트 가운 스니저 퍼레이드, 기하학 무늬 테의 안경 알로, 브로치 마르스봄, 주황색 스트랩 시계 조르지오 페돈 by 유로파인 제품.

최진혁을 예뻐라 하시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모르겠다. 이성재 선배님은 만날 나만 보면 섹시하다고 하신다.(웃음) ‘어유 이 섹시한 놈’ 하면서. 지금 한남동 사시는데 자꾸 집 앞에 맛있는 맥주집 있다고 놀러 오라신다. 쉴 때 꼭 가려고 한다.

형들이 좋아하는 동생상인가 보다. 남자들한테 인기 많은 스타일.
형들이 되게 좋아한다. 난 남자들하고 잘 지낸다.

그게 실속 있는 거다. 후배한테 인기 많아봐야….
돈만 쓰지.(웃음)

연애할 땐 어떤 남자인가? 구월령같이 올인하는 스타일?
아닌 게 아니라 되게 비슷하다. 이렇게 말하면 입바른 소리 같은데 한 여자한테 푹 빠지면 그냥 올인하는 스타일이다. 다른 거 눈에 안 들어오고, 그 여자만 바라보는 스타일? 그런데 연애만이 아니라 대인 관계를 통틀어 그런 스타일이다.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 남자건 여자건 상대방이 진실하다면 무조건 믿고 간다. 배신하지 않고.

입바른 소리 잘할 것 같다. 의리랑 정의, 이런 것에 목숨 걸고.
부당한 걸 보면 잘 못 넘긴다. 이 업계가 특히 그런 일이 많지 않나. 인지도가 있는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를 구분하고, 그에 따라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는 사람들. 도를 넘었다 싶은 상황을 목격하면 그냥 넘기지를 못한다. 하지만 충분히 예의 있고 정중하게.

상남자다. 말이 많은 것 같진 않은데 할 말을 안 하고는 못 살고. 그렇지?
되게 답답해한다. 참다가도 결국 꼭 해야 하는 성격이다.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가?

대화도 좋아하고 정이 많고. 그래서 그런 거 아닐까? 외로움도 많이 타는 편이지?
어떻게 알았지? 타로카드 보는 것 같다. 신기하다.(웃음)

▶흰색 핀턱 셔츠 알프레드 던힐, 흰색 팬츠 에보니카, 어깨에 걸친 회색 재킷 에르메네질도 제냐, 검은색 슬립온 아니마스코드, 팔에 찬 뱅글·재킷의 브로치 모두 마르스봄 제품.

아까 시골에서 자랐다고 했는데, 고향이 목포다. 어릴 때부터 이쪽 일을 하게 될 줄 알았나? 키도 크고 잘생겨서 연예인 하란 말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난놈이라고.
한 번도 없다. 단 한 번도. 나 어렸을 때 우리 동네는 진짜 시골이어서 사실 이런 연예계 일을 동네 사람 중 누군가 할 거라는 상상 자체를 아무도 못했다. 나 역시 그랬고.

그럼 그냥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나?
모범생은 아니었고, 좀 웃긴 얘긴데 그때도 좀 정의감 넘치는 학생이었다. 무차별적으로 학생들 때리는 선생님한테 나서서 그러지 마시라고 얘기하다 더 맞고. 그래도 그 선생님이 다음부터는 전처럼 매를 들지 않으셔서 친구들 사이에서 영웅이 되고 그랬다.(웃음)

KBS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에 참가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주변에서 부추겨서인가?
부추긴 건 아니었고 갑자기 밴드를 하고 싶어서 나갔다.

음악? 연기가 아니고?
음악을 배워보고 싶어서 서울에 올라왔는데, 주변에서는 연기를 하라고 많이 권유했었다.

음악 하려고 상경한 친구한테 음악을 권유한 게 아니고?
가수보다는 연기자가 훨씬 더 맞을 것 같다는 중론이었다.(웃음)

연기가 내 업이 맞나 싶을 때도 있었나? 음악에 대한 미련이 남진 않았고?
데뷔 때는 엄청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실력에 대한 회의감도 엄청 컸고. 서른 넘어서까지 이러면 어떡하지? 잘하는 애면 모르겠는데, 나 자신이 너무 못하는 걸 스스로 아니까 그만둬야 하나 싶은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작품이 없을 때는 정말 불안해서 그냥 직장 다니며 평범하게 사는 친구들처럼 안정적으로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꼬박꼬박 한 달에 얼마씩 나오니까. 그래도 스스로 잘 다독이면서 버텼다.

◀검은색 더블브레스트 턱시도 수트 권오수 클래식, 흰색 핀턱 셔츠·커프링크스 모두 알프레드 던힐, 클래식한 갈색 스트랩 시계 잉거솔 by 유로파인, 라이터는 S.T. 듀퐁, 재킷의 브로치 마르스봄 제품.

지금은 확신이 들고?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있었을까?
이런 생각은 좀 했다. <로맨스가 필요해>에 출연하고 나서 반응이 좋았을 때, ‘아, 내가 연기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나?’ 하는 생각. 극중 캐릭터로 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엄청 감사해야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황도 많이 했겠다.
운동만 하고, 집 밖에 잘 안 나가고 그랬다.

곱게 자란 것 같진 않다.
일 때문에도 그렇고, 집안 사정도 그렇고,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20대 전반에 걸쳐 별의별 힘든 일들이 쓰나미처럼 왔다. 그런데 친구랑 한강에서 소주 마시면서 힘들다고 푸념하고 나서 우연히 하정우 선배님이 <힐링캠프>에 나온 걸 봤는데 이런 얘기를 하셔서 깜짝 놀랐다. 빚쟁이들이 찾아오고 할 때 베란다에 나가서 새우깡이랑 소주를 마시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더라. ‘내가 지금 진짜 배우로서 엄청난 걸 얻고 있구나.’ 너무 놀랐다.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셨더라. 나도 힘들 때 내가 배우로서 얼마나 잘되려고 이런 일이 생길까, 그런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을 겪고 나면 다른 또래 배우들보다 훨씬 더 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어떻게 보면 구월령은 내 나이에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일 수도 있는데 반응이 좋고, 곱지만은 않은 순간도 배우로서 결국 플러스가 된 거지.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을 나이여서일까?
원래 많은 편이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막 생각하면서 밤을 꼴딱 지새운 적도 많았다.(웃음) 사물을 주의 깊게, 유심히 본다.

어떤 남자가 멋진 남자일까?
예의 바른 남자. 아랫사람에게도 예의를 지키는 남자. 책임감이 강한 남자. 내가 생각하는 멋진 남자는 그런 남자다.

EDITOR: 천혜빈

매력적인 남자가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사람들은 죽어 없어진 캐릭터를 다시 보길 갈망했다. 부활했다. 최진혁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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